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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_이모네 (2020)_인터뷰 리서치 및 자료집

4_1. 프로젝트 소개

기획 : 오종원

참여 : 석민정 엄기성 오종원 이규환 한혜성

​프로젝트 진행 기간 : 2020년 1월부터 2월까지

이모는 외가쪽 어머니의 자매를 칭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흔히 술집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중년 여성을 부를 때 쓰는 말이다.(삼촌 또한 마찬가지이다.) 보통 가게를 이용하며 도움이 필요할 때에는 "여기요" 혹은 "저기요", "사장님"등으로 부르기도 하지만 요식 업소의 경우에는 "이모" 혹은 "삼촌"등이 많이 사용되는 듯 하다. 언제부터 그리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음식에 대한 너그러운 인심을 바라는 마음, 그리고 친근감을 형성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project8x는 2019년 도시와 거주, 재개발 등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였고, 2020년에는 이에 연계하여 리서치 및 인터뷰 작업을 진행하고자 하였다. 처음엔 막연히 나름의 역사성을 띈 상인들을 인터뷰하고자 하였는데, 술 한잔 하면서 회의를 하던 중 즉발적으로 "여기 '이모님' 얘기를 들어보자"라 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단골 가게들을 한번씩 거론하였는데 못해도 10년 이상, 몇 십년은 한자리를 지켜온 곳들이었다. 노포라고도 불리우기도 한다. 해당 가게들을 방문하여 협조 요청 후 인터뷰와 촬영을 진행하였다.
기획자로서의 취향일 수 있겠지만 정해진 질문과 답의 형식이 아닌 에세이와 푸념의 사이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듣고자 노력하였다. 제목의 경우, 의도하지 않았지만 인터뷰 참여자들이 전부 어머니뻘 '이모님'들이었기에 훗날 이모네라고 짓게 되었다.

2020 이모네 (Yimone), 54p, 디지털 인쇄물, 2020

​상단 jpg 버전, 하단 pdf 뷰어버전

2020 project8x를 진행하며_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간간히 표현하고는 하였지만, 근래 저는 시각 예술분야의 방향성에서 그 폐쇄적이고 자폐적인 구조에 답답함을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구조와 전통적인 형식 상 동시대성을 즉각적으로 따라잡지 못하는 현대 예술은 결국 해왔던 데로 독자적인 생태계에만 의존하는 것을 보이며, 특히 인플루언서와 미디어 조합이 등장할 때마다 자신들의 당위성을 그 자체를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 중요 과제가 되었습니다. 시각예술에 애착을 가지는 입장에서, 그 자폐성에서 벗어나고 존재가치를 스스로 증명할 수 있는 예술의 기능적 조건에 대한 고민이 꽤 많았습니다.

교과서적인 작업, 교과서적인 관심. 이 문구가 어떻게 보일지는 모르겠으나, 딱 그런 생각으로 project8x를 3년차 진행하였습니다. 
마침 project8x를 진행하던 시기, 예술인 파견사업이나 지역 레지던시, 사회적 활동 등의 기회로 다양한 활동 조직을 만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작게는 로컬 조직활동부터 크게는 물리적 거리를 떠난 정신적 연`대의 활동을, 예술가를 포함한 다양한 정체성의 이들이 함께 이루는 것을 보았습니다. 연대의 정체성과 결과를 떠나, 그 시도들 자체는 분명 의미가 있었습니다. 지역의 활성화나 소수의 권리 증진 등 다양한 목표를 필두로 한 움직임은, 공통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것에 부합된 움직임을 갖는 것에 상당히 직관적이었습니다.

 

특히 근래에 들어 SNS 등이 보편화 되어가며 더 이상 정체를 드러내는 것, 목소리를 내고 활동을 보여주는 것에 많은 한계들이 사라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스스로의 주체성을 증명하게 됩니다. 집단의 활동은 하나의 목소리로 누적이 되었고 절차들을 생략하고 즉각적으로 과정과 결과가 공유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하나의 집단과 불특정 관객, 나아가 집단이 사회에 소통 및 상호 반응하는 제일 기본적인 방법이자 직접적인 방법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즉각적인 소통과 스스로의 가치증명의 고민으로 저는 project8x라는 팀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기본치로 저와 제 주변의 인물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가벼운 부담감으로 이야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80년대 생애 들의 이야기를 시작점으로 다루었습니다. 후에 <90년대생이 온다>는 서적을 알게 되었는데 '새로움과 낯선 존재로서 새로운 세대의 등장'은, 사실 80년대생이야말로 인터넷 대중화 및 IMF, 밀레니엄 등의 우여곡절로 인해 더 적합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다음 해, 너무 광범위했던 이야기를 갈무리하여 주거의 문제로 범위를 좁혔고, 재개발 단지 등을 대상으로 리서치와 Squat활동 등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의 기량이 돋보이는 활동이기보다 집단체로서 하나의 문제를 다양한 호기심 및 관점으로 접근하고자 하였습니다. 일종의 집단 지성 같은 것을 형성하고 싶었는데 어려운 표현이 아니라 각자의 경험을 누적하고 그것을 아카이브로 구성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방식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목소리를 직접 담은 에세이와 인터뷰 등에 많은 치중을 두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그것만큼 기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모네>는 2020년, 새로운 참여작가들과 연습처럼 시작한 작업입니다. 작년부터 진행한 주거 및 재개발에 대한 관심과, 언젠가 서울의 역사를 담고자 하는 개인적인 욕심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 대한 관심 정도는 참여자들마다 각기 달랐기에 일종의 접점 지역으로 당시 회의를 하던단골 술집, 즉 이모네를 택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우리네 오래된 노포집 혹은 단골 술집에 대한 관심입니다. 
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도심 한 구석에 오래된 술집은 많은 이야기가 거쳐가는 중요한 거점일 것입니다. 여기에 어디 가서 술 못 먹는다고 하면 서러워 할 한국의 술문화는 역사적으로도 희로애락의 플랫폼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습니다. 그 누구 술집에서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가볍게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부터, 깊게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으로 접근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더욱 심도있게 들어가면 장기간 수집할 만한 한국 근현대 도시발전사의 주요 소재가 될 것이라는 야망도 함께 하였습니다. 가까이에는 당장의 다양한 현상들을 다루고, 멀게는 불특정 다수를 위한 아카이브 자료로 제작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렇게 2020년 1~2월 진행한 프로젝트는 현실적인 다양한 문제들로 인하여 일단락 되고 말았습니다. 먼저 삶과 연계된 어쩔 수 없는 이유로 프로젝트를 그만두어야 하는 팀원들이 발생하였는데 대체로 30대 이상이다 보니 생업과 가정에 신경써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종종 발생하였고, 그것은 코로나 19 문제 또한 마찬가지로 참여자들에게 큰 제약이 되었습니다. 별도 지원사항 없이 열정과 독단으로만 진행되는 독립기획의 한계 또한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겨울이 지나 봄을 맞이하였고 이 글을 쓰고 있는 4월, 네 개의 인터뷰와 사진들을 엮어 결과물을 제작해보았습니다. 모든 작업이, 특히 팀 프로젝트 활동을 하다 보면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는데, 이번 작업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였기에 때가 되면 다시 재정비하여 더욱 풍성하게 보충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자주가는 단골 가게를 포함하여 인터뷰에 참여해주신 모든 이모님들과, 여력이 되는 때까지 프로젝트에 참여해준 모든 인원들에게 감사드립니다.

 project8x 
 오 종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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